인지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은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또는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그리고 저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확증 편향을 보인다. 확증 편향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어떤 것을 설명하거나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와 같은 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다.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인지 편향이 일어나는 기본적인 이유는 주어진 정보 자체가 편향되었거나 과학적 방법과 같은 합리적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과학자나 법조인 같이 합리적 사고를 훈련받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종종 확증 편향에 빠지곤 한다. 1960년대 행해진 실험심리학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결과가 있을 때 희망적 사고에 따라 자신의 관찰과 경험을 편향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여러 사실에서 어떤 것은 주목하고 어떤 것은 무시하거나 다른 사실을 들어 반박하면서 자신의 편향에 따라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 탐구에서도 확증 편향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다. 귀납적 방법을 통한 연구에서 원하는 결론에 유리한 결과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근거 없는 과신을 갖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다른 사실에 대해 불신하며, 과학적 사실에 반해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려 하기도 한다. 반면, 자신의 신념에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확증 편향은 일반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대로 정보를 수용하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한자 성어로는 아전인수라는 말이 있다. 확증 편향에 의한 아전인수식 사고는 스스로가 이러한 판단을 참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거짓임을 뻔히 알지만 남을 속이고자 하는 견강부회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정보처리이론에서는 확증 편향은 자기실현적 예언 현상인 행동적 확증과 연관 짓는다. 자신이 가진 신념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에 따라 행동하고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종종 정보의 선택적 수용과 거부 모델로 확증 편향을 설명한다. 어떠한 정보를 신뢰하고 어떤 정보는 불신하는가에 따라 동일한 정보들을 주더라도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에 대한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사건을 겪었더라도 사람마다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1950년 영화 《라쇼몽》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목격자 셋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확증 편향에 따른 기억의 재해석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스무고개 놀이로 숫자 맞추기 게임을 한다고 하자. 답이 3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자는 "짝수입니까?"라고 질문하였다면 "아니오"라는 답을 기대하고 반대로 "홀수입니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이때 질문자는 "예"라는 대답을 기대한다. 이런 단순한 질문과 답변의 대답을 예측하는 것이 어떤 편향을 증가시킨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예"를 기대하는 긍정적 시험 자체는 편향이 없거나 높은 유용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믿음이나 추측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강하게 결합할 수 있다. 실제 세계에서 증거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마련이어서 때로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 가운데 평소 자신의 성향을 지지하는 것들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게 되면 편향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세운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질문하는 순간조차 다른 반증이 있더라도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답변을 기대하고 자신의 가설이 거짓이 아닌 참으로 증명되기를 바란다. 선입견을 가진 질문들로 구성된 시험은 그 결과의 진단마저도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양육권을 다투는 A와 B가 있을 때 A는 대체로 무난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확고한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B는 두드러진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섞여 있다고 가정해 보자. 심사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이 "어느 쪽이 양육권을 가져야 하는가?"라면 두드러진 장점이 있는 B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느 쪽에게 양육권을 주어서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이 주어졌을 때도 B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B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의 긍정적 응답률은 "당신은 불행하십니까?"라는 질문의 부정적 응답률과 일치하지 않는다. 법률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 질문 자체에 편향이 들어 있으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편 법률 이외의 사실이 법률적 판단에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품성을 지녔다면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검사와 변호사는 종종 증거 능력이 없는 사실을 법정에서 공개하여 재판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8차 사건 범인으로 유죄 판결받아 복역하였다가 2019년 무죄를 주장하여 재심이 시작된 경우도 심드렁하게 내뱉는 말투가 원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였다는 해석이 있다. 판사들이 유사한 사건에서 유죄 판결의 경험이 많아지면 새로운 사건도 유죄를 의심하고 증거를 선택적으로 수용할 위험이 있다. 2019년 중앙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진의 실험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일반적인 뉴스에 보다 높은 신뢰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경우 가짜 뉴스에도 상당한 신뢰를 보였다. 정보의 편향적 수용은 이른바 가짜 뉴스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별다른 근거가 없더라도 자신의 지향과 맞았다면 그것을 사실로써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할수록 그 자체가 뉴스의 사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널리 알려졌으니 사실일 것이라는 주장은 오류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평소 신념에 부합하면 당연히 사실이라고 여기게 된다.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과학 활동에서도 확증 편향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원하는 결과가 뚜렷할 경우 동기에 기반한 편향을 보여 반증을 무시하고자 한다. 이는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에 의해 대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이것이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 덕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주장은 둘 사이의 과학적 인과관계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마저 이러한 주장에 동참하는 현상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조류인플루엔자나 신종플루마저 막을 수 있다는 무책임한 주장으로 이어졌다. 2004년 이후 실험에서 김치는 바이러스 감염증의 예방이나 치료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김치의 효능에 대한 주장이 제기될 때부터 반론이 끊이지 않았지만,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확증 편향이 정상적인 과학 활동을 가로막은 것이다. 새뮤얼 조지 모턴의 두개골 연구. 흑인, 백인, 아시아인의 두개골의 차이를 진화적 우열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겨자씨를 이용해 두개골의 용적을 측정했다. 그러나 그 방법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찰자 자신의 편견이 결과에 반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편견에 따른 무의식적인 행동도 의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백인의 두개골을 측정할 땐 겨자씨를 꾹꾹 눌러 담고, 흑인의 두개골엔 헐겁게 담을 수도 있다. 굴드는 모턴의 결과가 어떻든 한 집단 내에서의 차이가 집단 간 평균의 차이보다 클 경우 이러한 비교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음을 지적한다. 브로카 영역의 발견자로 유명한 폴 브로카의 경우 인종 사이에 어느 쪽이 더 원숭이와 가까운지 측정할 기준으로 위팔뼈와 노뼈의 비율을 가정하였다. 오랑우탄과 같은 다른 영장류는 아래팔이 더 길기 때문에 사람도 아래팔이 더 길면 원숭이에 더 가깝고 따라서 진화가 덜 되었으리라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실제 조사에서 에스키모나 아시아인의 비율이 백인보다 적게 나오자 브로카는 이 가정을 포기하였다. 백인이 어쨌든 더 우월하다는 선입견을 조사 결과가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팔길이와 인종 간 우월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브로카는 팔 길이 비교 대신 뇌의 크기를 인종 간 우열의 사례로 선택하였다. 브로카의 뇌 크기와 인종 우열에 대한 주장은 오랫동안 통용되었으나 이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견일 뿐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은 사형 제도에 대해 강력히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신념이 뚜렷한 사람들이 반반이 되도록 모아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은 자료를 빠르게 읽게 한 뒤 참가자들에게 신념이 바뀌었는지 물었고, 그다음 각 자료의 보다 자세한 연구 방법을 살피고 자료의 구조와 설득력을 평하게 하였다. 사실 주어진 자료는 실제 연구 결과가 아니라 그럴듯하게 지어낸 허구였다.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자료 가운데 자신의 신념을 지지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했지만, 다른 절반은 자신의 신념을 바꾸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료가 사형제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자료를 빠르게 읽은 첫 실험에서 신념 변화가 컸다. 그러나 두 자료 모두를 꼼꼼히 읽고 분석한 후에는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신념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참가자들은 자세한 분석의 과정에서 자신이 이미 지니고 있던 신념을 판단의 준거로 사용했으며 모순되는 설명 가운데 어떤 것을 수용할지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처럼 과학 활동이라 할지라도 실험자가 원하는 결과를 미리 정한 경우 실험 결과의 해석 역시 원하는 결과에 맞추어지기 쉽다. 여기서 더 나아가 원하는 결과를 맞히기 위해서 실험 결과를 조작하게 되면 과학적 사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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