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의미
누군가가 당신에게 '상담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교육이 학습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교수와 학습자 사이의 상호작용인 것처럼,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쉽게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담자, 내담자, 해결 문제라는 세 가지의 구성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때 상담자는 내담자를 돕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며, 내담자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으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지만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심리적 좌절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며, 무엇 떄문에 자기 잠재력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비록 알고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변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겪는 문제의 원인을 알아차리고, 변화를 도울 수 있는 상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담자는 상담자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고 상담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진솔한 의사소통의 과정과 훈련을 통하여 현재 내담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삶의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연습하게 된다. 따라서 상담이란 전문적 훈련을 받은 상담자와 심리적 어려움으로 타고난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내담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통스러운 문제가 생긴 사람들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 보라는 권유를 '내가 상담받는다면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을까?' '스스로 자신의 문제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까?'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내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남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나?' '이런 이야기를 상담하러 가서 해도 될지 모르겠어.' 등의 생각을 하면서 상담받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상담받으러 오는 내담자는 현실에서 그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나 문제가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상담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들은 상담받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을지라도 아무에게나 상담받으러 가지 않는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괴로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즉, 그들이 찾는 사람은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이해하고 포옹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상담자다. 이처럼 상담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상담을 받으려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오는 과정에서 각자가 경험하고 터득한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그대로 내버려 두기도 한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인간은 많은 심리적 문제나 갈등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럴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고, 단순히 타인에게 자신의 어려움과 괴로움을 호소한다고 해서 상담이라 할 수도 없다. 또한 모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상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상담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 않고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중요한 시험을 치는 동안 공부한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문제를 풀 수 없어서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명절만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거나 공부하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는 자녀를 보면서 애가 타거나 배우자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가슴부터 답답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증상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 어려움을 경험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편하게 사용하는 방법의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줄 친구나 가족을 찾아 그들에게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들로부터 진정으로 이해받게 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이야기하는 동안 자신이 가진 문제가 정리되면서 해결 방향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회사원이 직장에서 일하면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친구나 동료와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이야기하여 동료들의 이해를 받고, 다음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해 나가는 것도 같은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거나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신체적인 증상이나 더 큰 심리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상담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상담이 필요한 예
요즘 제 속이 터질 것 같아요. 시어머니를 모시고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이제는 시어머니가 저쪽에서 보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게, 속에서 불이 올라와서 밥도 못 먹겠어요. 남편은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는커녕 내가 뭔 이야기를 할 낌새만 보이면 아예 듣지 않으려고 신문으로 얼굴을 가려 버려요. 남편까지 그러니까 속이 터져서 이러다가 내가 큰일 나겠다 싶어요. 병원에 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큰 병이라고 할까 봐 겁이 나서 못 가겠어요.
이처럼 사람들은 심리적인 문제가 신체적 고통으로 나타나는데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상담이나 치료받을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러나 결국 현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지거나 심한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하는 가슴 아픈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은 무엇 때문에 심리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상담받으려고 하지 않을까?
첫째, 신체 증상을 호소하면서 심리적 갈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낳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원인으로 신체화 증상을 겪고 있지만, 상담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신체질환에 대한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공동체 의식이 강한 문화적 영향 떄문이다. 우리는 자기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괴로움을 덜어 주려는 가족과 이웃 속에서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물질이 중시되고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가족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심리적인 문제가 심화하여 전문적인 상담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셋째, 심리적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현실 생활의 괴로움을 전생에 지은 업보라고 여기거나 자신의 욕심과 집착이 괴로움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점술이나 사주에 의존하거나 종교적인 믿음 등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든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거나 수양을 통해서 괴로움을 치유하고자 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괴로움을 해결해 나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놓음으로써 해결해 나가는 상담이 익숙하지 않다.
넷째, 타인을 의식하는 문화 때문이다.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어떻게 할까, 이런 문제로 상담실에 간다면 그들은 뭐라고 말할까 등 자신보다는 타인 중심의 생활이 상담실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된다. 특히 체면이나 위신 등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기보다는 숨기고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때때로,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실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려워 상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상담받으려는 동기나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 그저 누군가의 강요에 못 이겨 상담실에 오는 경우가 있다. 상담을 통한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 스스로가 상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이 변화하고자 하는 자발적 동기가 유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괴로움을 해결해 온 익숙한 방식과 서양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방식을 결합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상담문화를 만들어 낸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상담자를 찾아가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상장애(delusional disorder) (0) | 2022.09.11 |
---|---|
상담기관의 종류 (1) | 2022.09.11 |
조현병의 유형 과 치료 및 예후 (2) | 2022.09.08 |
조현병의 발병원인과 증상 및 진단 (1) | 2022.09.08 |
스탠퍼드 감옥 실험(루시펠 효과) (0) | 2022.09.08 |
댓글